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 모던 클래식 31
처음 읽는 마지 피어시 작품입니다. 여러 세계가 나와요. 미래 같기도 하고, 과거 같기도 하고, 시간의 공간과는 다른 개념의 또 다른 세계 같기도 합니다. 그 곳은 무엇이든지 경계가 흐릿해요.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흐릿하고, 이성애와 동성애의 경계가 흐릿하고, 천하고 귀하게 나누는 직업의 경계가 흐릿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혼돈스러운 세계는 아닙니다. 흐릿하지 않은 정확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죠.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된 세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지 피어시의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으로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가 마지 피어시는 여러 장르의 소설을 시도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중에서도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는 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사이버 펑크의 탄생지로 꼽을 만큼 독특한 디스토피아 미래와 유토피아 미래를 묘사하면서도,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살아가는 라틴계 유색인 여성의 삶을 그려 낸다.
정신병동에 강제 입원된 주인공 코니는 미래 세계에 잘못 접속하여 늘상 방문하던 미래 세계가 아닌 끔찍한 계급 사회 미래로 떨어진다. 이곳은 엄격한 계급 사회이자 통제 국가로, ‘멀티’라는 하나의 통합체 아래 모든 것이 기계에 의해 관리되는 디스토피아다. 인종 차별, 성 차별, 계급주의, 무분별한 과학기술주의,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대화된 미래의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힘없는 자들이 억압받는 현실 세계의 은유로서 정신병동의 모습을 보여 줌과 동시에 끔찍한 디스토피아와 정신병동을 겹쳐 보여 줌으로써, 현대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