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 장석남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없어할 때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묵은 기억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눈에 어려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햇빛 속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손짓우리가 만나 햇빛 위를 떠오르는 어지러움이 된다면우리가 서로 꼭 껴안고서 물방울이 된다면정처없는 발자국 위에도꽃이 피어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
(문학과지성 시인선112 장석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에서)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군요.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없어할 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 지는 너 를 가진 당신은....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 으로
눈물 마주하고 있을 때
내 곁에 있었던 이, 누구던가요...
햇빛 위를떠돌다먼지처럼사라진들
당신의 영혼까지 껴안은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린들
당신 눈가에한 송이 꽃으로 피었다스러진들
내 정처없는 발자국을 당신은 알고나 있었을까요...
장석남 시인의 첫 시집 에서 그는, 시인의 삶을 지탱해주는 맑은 그리고 때로 고독하고 슬픈 심성의 결을 심리적 상징을 통해 응축된 이미지로 변주해낸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새와 달·바람·별·꽃 등의 사물들은 떠돌고 방황하는 그의 정처없는 마음의 상징에 다름아니다. 그의 마음은 악기와 같아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작고 하찮은 것들이 오히려 그의 마음에 닿아 음표가 되고 소리가 되며, 그래서, 그의 시는 부유하는 삶의 노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