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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iuoash 2024. 2. 23. 14:28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는 갑작스러운 공간의 이동이 한 개인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니, 애초에 우리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것 에 대한 열망이 실현 가능한 일인가,를 탐색하고자 한다. 독자는 빈번하게 상상으로만 그치던 일을 그레고리우스 는 단번에 해낸다.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삶을 살아온 것처럼. 코로나 시대를 사는 독자에게 지금 <리스본행 야간열차>만큼 필요한 소설이 또 있을까. 그레고리우스 의 충동적인 행동이 나와 마찬가지로 오래도록 자신도 모르게 품어온 열망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그의 모험에 동행한다. 두고 온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과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는 그를 묵묵히 지켜본다. 나 또한 늘 공간의 이동에 관한 환상을 품고 살았다. 삶이 조금이라도 내리막길을 걷는다 싶으면 나는 자주 영영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은 장소들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나의 빈곤한 상상력은 현실적인 고민들에 가로막혔다. 떠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는 언어와 책에 대한 집착으로 만회했다. 그레고리우스 가 포르투갈어와 한 권의 책으로 리스본 과 좀 더 연결된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외국어를 배우고 타지의 삶에 대해 읽으면서 다양한 장소와 연결되었다. 평생 온전히 정복하지 못할 수많은 외국어와 문학 작품들은 내게 구체적인 상상과 (분명 그곳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능하게 했다. 이토록 절절한 마음을 품고 막상 바라던 그곳에 도달하게 되면 어떤가. 곧잘 초심을 잊어버린다. 금세 되돌아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만 한다. 인간은 평생을 그렇게 새로운 땅에 대한 강렬한 욕심과 향수병 을 동시에 지닌 채로 살아간다. 여행 의 면에 있어서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모순성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다고 해서 내 인생이 쉽게 완전해 지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개인적인 경험과 타인의 숱한 실패를 지켜보며 배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전히 기차에 몸을 싣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스스로도 어리둥절할 만큼 새로운 내가 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익숙한 듯 서로 다른 풍경의 틈새에 내가 갈망하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무언가가 있다. 거기에도 같은 불행-인간관계의 어려움, 돈벌이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동 에 관한 희망을 놓지 못한다. 한 번의 여행으로 무엇이 뒤바뀌고 있음을 스스로가 가장 잘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일단 시작하면 중독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한다. 사실 여행만큼 모순적인 행위도 없다. 그것은 지치지도 않고 새로운 항해에 뛰어들게 하면서도, 이내 곧 안락한 집으로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극한의 외로움에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동시에 어느샌가 새로운 인연이 나의 빈 곳을 메우도록 만든다. 그러니 나는 떠나자마자 돌아오고 싶어질 것을 알면서도 리스본행 열차에 올라탄다.


〈강추!〉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가 던진 화두다. 작가는 계속해서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건가? 라고 묻는다. 철학적이며 실존적인 질문이다. 베를린자유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작가인 파스칼 메르시어는 이 문제를 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풀어내 독자와 평단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출간 이래 독일에서만 150만부를 판매, 현재까지 3년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 10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23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철학교수를 세계적인 유명작가로 발돋움하게 해주었다.


일상이 낯설어진 한 남자의 돌연한 일탈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김나지움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교사다. 이순을 코앞에 둔 그의 삶은 단조롭고 경직되어 있다. 흡사 박물관의 조형물 같다. 그런 그가 생애 최초로 일탈을 감행한다. 출근길에 만난 낯선 여인이 자살을 감행하려들자 그는 몸을 던져 막는다. 놀랍게도 여인은 그레고리우스의 이마에 숫자를 적는다. 모국어가 뭐냐고 묻는 그레고리우스에게 여인은 포르투게스 라고만 대답한다. 그 단어의 독특한 울림에 이끌린 그레고리우스는 돌연 일상에서 낯선 세계로 눈을 돌린다. 우연히 손에 넣은 포르투갈 작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언어의 연금술사 를 들고서 일정도, 기한도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지금 전혀 다르게 사는 삶이 가능할까?

그레고리우스는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프라두의 흔적을 좇는다. 프라두는 살라자르 독재 정권 치하의 하수인이었던 멩지스의 목숨을 구한 일로 오점을 남기고 반정부 저항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성실함과 충성, 우정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으나 절친한 친구 조르지의 연인을 사랑하게 되어 몹시 고통스러워했던 인물이다. 그레고리우스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프라두의 인생을 조합해나가면서 프라두라는 인물에 자신을 비춰보게 된다. 40년 가까이 늘 한자리에 서 있던 자신을……. 존경받는 의사이자 은유에 능한 시인이며 고귀한 정신의 귀족이자 저항운동가였고 격정적인 사랑에 몸부림쳤던 프라두. 작가는 프라두의 주변에 다양한 인물들을 배치한다. 경직된 인생을 살았던 아버지, 병적인 충성심으로 오빠 곁을 지켰던 아드리아나, 발끝으로 걷는 듯 자기 길을 찾아 간 멜로디, 프라두와 극명하게 대비되었던 친구 조르지. 그러나 이들은 모두 프라두의 페르소나다. 그레고리우스는 프라두가 구축해 놓은 사유의 제국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간과한 인생의 다른 측면을 바라본다.
이 작품은 근본적인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독일 문학사상 막스 프리쉬의 작품과 비견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삶에서 일탈해 전혀 다른 삶을 좇아간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다른 삶에 대한 희구는 현실에 대한, 표현되지 못한 내면의 저항이 아닐까? 혹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미 만들어진 나를 다시 만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언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작가는 프라두의 입을 빌려 글쓰기를 실존과 언어의 문제로 바라본다. 내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의 눈에 드러난 자아, 남이 말하는 나와 내가 말하는 나, 현재의 삶을 경험하는 나와 감추어진 삶을 지향하는 나 사이의 간극. 작가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점에서 그는 나보코프나 카프카와 비견된다. 그러나 현란한 은유와 지성의 언어로 사유의 세계를 넘나드는 대목은 움베르트 에코가 떠오를 정도다. 이는 메르시어가 오랫동안 언어와 철학의 문제에 천착해온 학자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의 내면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다. 이는 라틴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레고리우스의 고백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을 비켜나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그레고리우스는 라틴어를 죽은 언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위인들이었다. _제1장 「출발」 중에서

데뷔작 페를만의 침묵 에서 메르시어는 경험과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개개인을 규정짓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인간의 불행은 대개 감정과 판타지를 언어로 잘 다루지 못하거나 그것들을 말로 표현할 용기를 갖지 못하는 데서 옵니다.


야간열차를 타고 인생의 궤도를 완행하다

그레고리우스를 리스본으로 이끌었다가 다시 삶의 터전인 베른으로 데려온 야간열차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의미하는 메타포다. 여행은 길다. 모든 관계에 끝이 있듯이 인생이란 여정도 언젠가는 종착역에 닿는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마저 온전히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바로 존재의 아픔이다. 작가는 프라두의 입을 빌어 움직이는 기차에서처럼, 내 안에 사는 나 라고 말한다.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내 칸에 가끔 손님이 오기도 한다. 문이 닫히고 잠겨 있는데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방문객은 있다. 거의 언제나 나에게 맞지 않는 시간에 손님이 온다. 대부분 현재라는 시간의 손님들이지만, 과거에서 온 손님들도 많다. 이들은 자기 형편에 따라 마음대로 오가며 나를 방해한다.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구속력이 없으며, 잊혀질 운명이다.(…)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_제3장 「시도」 중에서

프라두의 족적을 따라 사유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레고리우스. 그는 사유의 바깥쪽에는 설 자리가 없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로 결론짓는다. 그레고리우스와 함께 매력적인 여행에 동참하고 난 뒤 어떤 행보를 취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의 몫이다.


출발
만남
시도
귀로

작가와의 대담
서평 다르게 사는 삶도 가능하다

 

여자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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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hsk 5급 시험 봤는데 시험 보고나니 공부도 안 해지고, 아무래도 더 소홀해 지더라고요..지금은 동생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서 같이 이거 보며재미있게 공부하면 싶겠다 했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에요 ! 동생도 너무나 좋아하고, 저도 너무 좋았어요! 다른 시리즈들도 구매해서 헤보고 싶네요 ^^ 짱짱 !! 이제 이거 보고, 들으면서 공부하면 되겠어요 ! 중국어를 처음 배우시는 분들도 너무나 유용하게 사용가능하실 것 같아요 ! 구성도 목차도 정말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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