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창문에 달려있는 풍등이 흔들리며 짤랑짤랑 방울 소리를 내고 바람이 머리카락 몇가닥을 흔듭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회사에서 가지고 온 일을 좀 하다가 기지개를 펴고 이번주에 읽은 책들을 정리하고 새로 구입한 책들을 보고 있으니 혼자 웃음이 나오는 오후입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대로 인생도 오후에 와 있네요. 하지만 저도 싫지는 않습니다. 인생 3막 2장 초심 初心으로 돌아가기 지금 나는 진짜로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지는 인생의 오후에 당도했다. 설렘과 희망으로 맥동하는 아침은 저멀리 사라지고 없지만 지금 당도한 이 ‘오후’가 그다지 싫지 않다. 이 ‘오후’의 여유 속에서 가만히 혼자 웃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오후의 시작이 빠르게 주는 점이다.---p6 우리는 박모 薄暮의 시간이라고 하고,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고 한다. 시골에서 저녁은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진다. 석양의 빛들이 사물과 풍경을 환하게 물들였는데, 어느새 빛은 증발해 버리고 그 빈자리를 푸른 이내가 밀물로 밀려와 채우는 것이다.---p126 저녁에 대하여 중에서
인생의 오후에서 장석주 시인이 가만히 말을 건다
당신, 지금 인생의 어느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사람의 인생을 하루로 치면 나는 지금 몇시쯤을 살아가고 있을까. 장석주 시인은 자신의 시간을 ‘설렘과 희망으로 맥동하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맞이한 인생의 오후’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이기도 하다. 수만 권의 책을 품은 다독가답게, 시인은 이 오후에도 여전히 책을 펼쳐들었다. 책에서 길을 찾고 책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여러 작가와 철학자의 문장들은 여전히 그에게 사유의 촉매제가 되고 취향을 뒤흔든다.
이 책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에는 인생의 한 시기를 살아낸 시인이 돌아보는 지나간 시간들과 일상에서 사유한 조촐한 소회가 담겨 있다. 출판 편집자로 살아온 시간들과 시골에서 내려가 살았던 시간 그리고 여행지와 산책길에서 만난 생각들. 시인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 시절을 뚜벅뚜벅 지나온 사람이 내뿜는 단단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장석주 시인이 선보이는 문장과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나는 지금 인생의 어느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또 앞으로의 시간은 어느 방향을 향해 걸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봄날의 따뜻한 기운으로 움트고 약동하는 시간, 마음이 바쁘고 몸이 고달픈 요즘이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유를 찾아, 잠시 이 책을 펼쳐들어도 좋겠다.
책을 내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만나다 ·4
1부
돌아본다
풍경에 대하여 ·16
햇볕에 대하여 ·25
인생의 맛에 대하여 ·30
구월의 기분에 대하여 ·36
결혼에 대하여 ·41
사라짐에 대하여 ·46
다시 오지 않을 가을에 대하여 ·51
지나온 인생에 대하여 ·56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에 대하여 ·61
2부
걸어본다
떠돎에 대하여 ·70
밤과 꿈에 대하여 ·76
혼자에 대하여 ·84
시작과 끝에 대하여 ·89
‘황금광시대’의 역설에 대하여 ·97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대하여 ·106
잡고자 하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113
인생이라는 편도여행에 대하여 ·118
저녁에 대하여 ·124
3부
헤아린다
예술가의 지복에 대하여 ·132
예술가의 고독에 대하여 ·137
단 한 번의 여름에 대하여 ·141
실패에 대하여 ·147
노스탤지어에 대하여 ·151
배움에 대하여 ·156
‘노는 인간’에 대하여 ·161
돈에 대하여 ·168
한 독서광의 죽음에 대하여 ·172
셰익스피어에 대하여 ·177
4부
쉬어간다
숲에 대하여 1 ·184
숲에 대하여 2 ·188
시간에 대하여 ·192
나이듦에 대하여 ·200
단순함에 대하여 1 ·209
단순함에 대하여 2 ·214
숲에서 생각한 것들에 대하여 ·220
도서관에 대하여 ·224
걷기에 대하여 1 ·231
걷기에 대하여 2 ·236
5부
기억한다
봄날의 행복이 짧았던 까닭에 대하여 ·244
여름의 기쁨들에 대하여 ·249
어머니에 대하여 ·254
멸종에 대하여 ·259
해바라기에 대하여 ·265
프로이트 씨와 흡연에 대하여 ·271
건널목에 대하여 ·277
나답게 살기에 대하여 ·280
국화와 석류의 계절에 대하여 ·285
작별 인사에 대하여 ·289
이 책에 나오는 책들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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